오늘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었는데 이렇게 가버리셨다니, 뭔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먹먹해진 느낌이다. 문득 지난 추억들이 떠올라 한번 적어볼까 한다. 이 글을 읽어보시는 여러분들도 그를 좋아하였다면 함께 과거의 스타를 회상해 보시는 시간이 되셨으면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를 처음 알게 된 계기
류이치 사카모토를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내가 중학교 때였던 거 같다. 막 21세기에 접어든 2000년도쯤 됐을 때였으려나? 그 당시 나의 형이 어떤 CD를 사가지고 집에서 라디오로 틀어대곤 했었는데, 그때 흘러나왔던 음악이 'Regret'이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들 중 처음 들었던 곡이었다. 그 당시 어린 나이였음에도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멜로디와 읊조리 듯 랩을 하는 여성에게서 묘한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 당시 한창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빠져있던 형은 다른 곡 또한 틀곤 했는데, 그때 'Merry Christmas, Mr Lawrence', 'Last Emperor' 등의 곡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한 곡, 두 곡 알아갈수록 난 뼛속까지 이 사람 음악 취향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세월이 여러 해가 흘러가도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함께 하였다. 개인적으로 스무 살 때 들었던 'CHASM' 앨범도 내 기억의 한구석을 수놓은 앨범이었다. 'Land Song'이라는 동심을 떠오르게 하고 희망적인 느낌의 곡을 자주 들었었다. 그리고 아마 MC 스나이퍼도 그 앨범에 참여했더랬지.
류이치 사카모토로 인해 피아노를 배우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나에게 피아노도 배우고 싶어지도록 만들었다. 피아노 배운 기억이라곤 아홉 살 때 동네 피아노 학원 잠깐 다녔던 것이 다인데 20여 년이 흘러서 다시 도전을 한 것이다. 아직 피아노 기초도 완벽하지 않은데, 그 어려운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등을 학원에서 배웠다.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가운데 더듬더듬 배워가면서 피아노를 쳤지만, 내가 좋아하는 곡을 치는 것이기에 재밌었다. 행복한 취미생활이었다. 이어서 역시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인 'Railroad Man'이라는 곡을 이어서 배웠다. 당시 피아노 선생님은 왜 이리 우울하고 슬픈 곡만 좋아하냐고 핀잔을 주곤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콘서트에 대한 기억
아,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콘서트도 갔었다. 그것도 2번. 2011년, 2012년 두 해에 걸쳐 류이치 사카모토의 콘서트가 열렸는데, 2011년 콘서트는 당시 예술의 전당에서 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가장 싼 티켓으로 샀지만 예상보다 자리가 괜찮았다. 류이치 사카모토를 생각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시 류이치 사카모토는 피아노 두대를 나란히 놓고 공연을 했었다. 한 피아노는 류이치가 연주하고 다른 피아노는 자동 프로그래밍 되어 연주되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투명인간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콘서트 연출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2012년 콘서트는 류이치 사카모토 단독이 아닌 첼리스트 한 분, 바이올리니스트 한 분과 셋이서 콘서트를 열었다. 세 사람의 연주가 조화된 류이치사카모토의 곡들은 듣기 좋았지만, 2011년 콘서트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R.I.P
사실 작년에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각보다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에 세상을 떠날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그의 병환으로 여윈 모습 또한 생명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었었다.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듣겠지만, 10여 년 전의 그 콘서트를 다시 라이브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지막까지 음악과 함께 한 그의 삶이 멋있어 보인다. 거장음악가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가 이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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