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상 깊은 게임 하나를 발견해서 소개해 볼까 한다. 전문 게임 개발사가 아니더라도 인디게임 중에서도 주옥같은 작품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나에겐 '후즈 라일라'가 바로 그런 게임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게임 개발자가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팬이신 듯하다. 전반적인 게임의 연출, 음악등에서 그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얼굴 표정을 움직이는 독특한 플레이
이 게임은 일단 캐릭터의 이동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동하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이다. 여기까진 흔히 볼 수 있는 게임 플레이 방식이지만,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후즈 라일라'만의 특징 하나는 얼굴 표정을 움직여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스토리를 스무스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간 안에 주인공의 표정을 빠르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처음 할 때는 조금 익숙지 않을 수는 있지만 아주 게임 진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표정을 변경시키는 과정에서 때로는 기괴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지는 주인공의 표정을 보는 것도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이다.
데이비드 린치가 게임을 만든다면 이런 느낌
이 게임의 그래픽은 옛날 게임을 연상시키는 듯한 투박한 흑백 도트형이지만,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그래픽이 이 게임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떤 사건들이 맥락 없이 일어나고,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다소 난해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이 게임도 처음 시작하면 모든 게 수수께끼다. 주인공의 정체를 뭔가 뚜렷하게 알려주지 않고, 게임 제목에도 나오는 '라일라'라는 인물도 수수께끼다. 거기다가 어떤 사건들이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을 초월해서 일어난다. 거기다가 '린치스러운' 비현실적이고 난해한 장소도 중간중간 나온다. 그러나 게임을 하나하나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엔딩을 보고 단서를 하나하나 모아가다 보면, 미스터리한 스토리의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마치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나가듯 이 게임도 그렇게 하다 보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엔딩을 다 봐도 뭔가 살짝 난해한 느낌은 여전히 남지만,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보다는 덜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의 음악도 린치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마치 '트윈픽스'에서 들어본 거 같은 잔잔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사운드가 일품이다.
한글로 스토리를 즐기자
아무래도 이런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들은 한글로 플레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어느 게임한글화팀에서 이 게임도 한글화를 시켰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무료재능기부를 하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럽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아무 이익없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사람들이 세상엔 얼마나 될까. 어쨌든 게임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한글화 된 이 작품을 부담 없이 즐겨보길 바란다. 한글화와는 별개로 '후즈 라일라'는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이다.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 (아래 그림 누르면 한글패치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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