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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각

신카이 마코토 작품 속 남녀관계

by 존그래디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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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거장이다. 국내에서도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등의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 또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나 역시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를 전부 본 건 아니지만, 일부 인상 깊게 시청한 애니가 몇 편 있다. 특히 <너의 이름은>은 내 기억의 한 부분을 수놓은 애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감명 깊게 봤던 애니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시청했던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을 다시 한번 복습하면서 느꼈던 특징을 간단히 서술하고, 작품 속 남녀 주인공들의 관계에 대해서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주요 작품 특징

우선 <별의 목소리>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알아보자. 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서 보게 되었는데, 이것은 신카이 마코토의 첫 작품이다. 지금이야 워낙 뛰어난 작화 퀄리티나 연출기법들이 많이 있지만, 거의 20년 전인 2002년작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두 10대 남녀가 핸드폰 하나를 매개로 거대한 우주를 넘어서며 소통하는 과정은 뭔가 짠한 그리움을 남긴다. 몸이 닿지 못하고, 그저 문자메시지 하나만이 그들의 희망이고 관계를 이어가는 실줄이다. 그리고 이후 2007년에 개봉한 <초속 5센티미터>또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남녀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 닿지 못하고, 야속한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들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한때 놓쳤던 사랑의 기억들이.. 2013년에 개봉한 <언어의 정원>도 여전히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감성은 여전하다. 다만 이 작품은 다소 힘을 빼고 만든 듯한 느낌이 든다. 여전히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애틋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7년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을 보면서 다시금 감탄하게 되었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 바로 <너의 이름은>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영상미와 탄탄하고 여운이 남는 스토리라인 덕분에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었다.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가까운 남녀주인공들


위의 작품들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속 남녀들의 사랑은 서로 밀착되어 있지 않다. 그들 사이에는 그것이 물리적인 거리이든, 정서적인 거리이든 서로에게 닿기가 힘들다. 하지만 서로를 너무나 원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 애틋하게 보인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든, 아니든 묘한 여운을 남긴다. 첫 번째 작품인 <별의 목소리>에서의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서 온 메일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하나로 힘든 나날을 이겨낸다. 서로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서로 간의 원활한 소통이 좌절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덤덤하게 또 다른 희망을 이어나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두 번째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에서는 과거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들 또한 과거에 잡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세 번째 작품인 <언어의 정원>에서는 비 오는 날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만남을 이어나가며 썸을 탄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사랑을 확인하지만, 둘은 함께 있을 수는 없게 된다. 다만 둘 사이에 있었던 일(구두)만이 추억으로 남게 되고, 그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작품은 끝을 맺는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남주와 여주가 시공간을 초월하며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에게 뚜렷하지 않은 다른 세계 속 인물이지만, 온갖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간절함은 서로에게 닿게 만들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엔딩 뒤에, 그 뒷부분을 궁금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고 나서 여운에 젖는 것이리라.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그들은 그 후 행복했을까?

 

나도 현재 손에 닿지 않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는 입장에서 신카이 마코토식 정서에 빠져보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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