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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각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 탐구 - 높은 정신적 경지를 가진 아웃사이더의 표본

by 존그래디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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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월터 E. 커츠 대령은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캄보디아 중심부에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 높은 훈장을 받고 존경받았던 전 미군 장교로 묘사된다.


영화 내내 커츠는 현실과 동떨어진 광인으로 묘사되는 듯하다가도 뭔가 묘한 철학자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현지 원주민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한때는 적이었던 사람조차도 충성스러운 추종자로 만들고 미군사령부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미군은 그의 역량을 잘 알고 있기에) 그에게서는 사람들을 두렵게 하기도 하고 끌어당기기도 하는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미군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 커츠 대령


뭔가 속을 알 수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는 커츠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면모가 뛰어난 정신력, 지성과 통찰력을 가진 인물로서 그의 캐릭터성을 잘 살린다. 그는 38살이라는 많은 나이에 젊은이도 힘들다는 특수부대 훈련을 가볍게 이수한 적이 있던 인물이고, 이중첩자 4명을 가려내 처단한 예리한 관찰력을 가졌다.

커츠는 유능한 군인이었다.

그는 전쟁의 명분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깊이 성찰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얼핏 비이성적인 인물로 보이는 듯하지만, 그는 거짓과 위선을 혐오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단순히 미국을 거역한 이로 보길 바라지 않는다. (이는 커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윌러드에게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본모습을 아들에게 전해달라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중첩자를 독단적으로 처단한 일이 상부의 심기를 건드려 기소가 되고, 자신의 부대가 예방주사를 놓아준 아이들이 주사 맞은 팔을 자르는 광경을 보고.. 등등.. 온갖 제정신이 아닌 광경에서 커츠는 문득 의문을 느끼고 숲으로 잠적해 버린다.

 

그는 단순한 반전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전쟁을 빠르게 끝내고 싶었다. 그는 철저한 군인정신에 입각한 군인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군인정신을 왜곡시키는 상부의 정치꾼들, 느슨한 미군병사들, 자신들의 팔을 아무렇지 않게 자를 수 있는 킬러 본능을 가진 베트콩 인들을 보면서 이 전쟁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전쟁의 무익함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환경 안에서 그 자신도 광기에 빠져간다. 그리고 누군가 광기에 삼켜지려는 자신을 멈춰주기를 고대한다..

공포, 공포....


이렀듯, 영화 전반에 걸쳐 커츠는 선과 악이 뒤섞인 복잡한 인물로 묘사된다. 끔찍한 폭력과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반면에 그는 분쟁을 종식시키고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있던 인물로 묘사된다. 이 영화는 주인공 윌러드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광기에 먹힌 갖가지 인간군상들을 처음부터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커츠와 자연스럽게 대조시킨다. 과연 진정 미친 것은 누구인가?

결국, 존경받는 군 장교에서 광인으로 변해가는 커츠의 이미지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광범위한 주제와 수많은 참전자를 집어삼킨 광기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영화는 커츠의 캐릭터를 통해 전쟁의 더 깊은 심리적, 실존적 함의와 전쟁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 그리고 그들의 내면세계를 탐구한다.

 

※ 같이 읽으면 좋은 글(커츠의 인간유형과 비슷해 보여서 가져와봤다.)

https://shinhome.tistory.com/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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