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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中 - 긍지에 찬 인간

by 존그래디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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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아직도 눈앞의 이익만 중시하고 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밑에 적어놓은 유형의 인간들이 많아지길 고대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길지만 남겨본다.

'긍지에 찬 인간'은 자신이 고귀하고 탁월한 가치를 갖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사실 그렇게 고귀한 가치를 갖는 인간이다. 이에 대해 서 고귀한 가치도 없으면서 자신이 그러한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교만한 사람이며, 자신 이 실제로 갖는 가치보다 자신이 더 작은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굴한 사람이다. 그리고 별로 탁월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탁월하지 않은 인간으로 인정하는 경우에 그는 겸손한 사람이지만 긍지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긍지에는 위대한 태도가 속하기 때문이다.

긍지에 찬 인간이 위험 앞에서 두 팔을 내저으면서 정신없이 도망치는 것이나 도둑질과 같은 불의를 행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고귀한 품격이 그러한 짓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긍지는 모든 덕을 고귀하게 장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덕에게 보다 위대한 형식을 부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덕들 없이는 생겨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긍지를 갖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고상하고 완전하게 도야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긍지에 찬 사람은 자신이 가장 고귀한 것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기에 그에게는 외적인 선들 중에서는 오직 하나만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바로 명예이다. 그는 훌륭한 사람들이 내리는 커다란 명예는 그에게 합당하거나 아니면 그가 받아야 할 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흔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미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최고의 탁월성을 갖춘 인간에게는 그에게 합당한 명예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사람들이 그 이상으로 더 가치 있는 것을 그에게 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주는 명예를 받기는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만일 무가치한 인간들이 사소한 이유로 주는 명예라면 그는 그것을 전연 멸시하는 태도로 대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진가에 합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명예를 손상시키려 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도 그는 똑같이 경멸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는 근거 없는 모욕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긍지에 차 있는 인간은 이렇게 명예에 관심을 갖지만 부, 권력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도 자신의 고귀한 품격에 적합하게 태도를 취할 것이다. 성공했다고 해도 그는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을 것이며 실패했다고 해도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사실은 명예조차도 사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인정을 받고 안 받고에 좌우되는 것을, 다시 말해서 명예의 노예가 되는 것을 그의 고귀한 품격이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명예를 획득하기 위해서 권력이나 부를 추구하지만, 명예조차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모든 것들은 어떠한 가치도 갖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교만하게 보인다.

그는 삶에 필수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한탄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러한 태도는 자신이 그러한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보다는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지라도 아름다운 것을 택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러한 태도가 내적으로 자족하는 인간에게 합당하기 때문이다.

긍지에 찬 인간은 약간의 일밖에 자신의 고귀함에 상응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일 때문에 위험에 뛰어든다든지 위험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위대한 것을 위해서라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생존한다는 것을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위험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될 때에는 생명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명예를 겨루는 경우에나 다른 사람들이 최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에는 뛰어들지 않으며 높은 명예나 위대한 명분이 걸려 있는 경우가 아니면 조용히 지켜보는 자세를 취한다. 그는 좀처럼 어떤 일에 착수하지 않지만, 한다면 위대한 일을 행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좋아하며 그 자신이 혜택을 입을 때는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혜택을 준다는 것은 우월한 인간에 적합한 것이며 혜택을 받는 것은 열등한 인간에 적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혜택을 입을 때 그는 더욱 많은 것을 가지고 보답한다. 이를 통해서 원래 혜택을 준 사람이 오히려 혜택을 더 많이 받은 것이 되고 그에게 빚을 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긍지에 찬 인간은 자신은 전혀 또는 거의 남의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서도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긍지에 찬 인간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위엄 있는 태도를 취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겸손한 태도를 취한다. 이는 전자에게 우월한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곤란하며 당당한 일인데 반해서 후자에게 우월한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용이하기 때문이며, 전자에게 당당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천하지 않은데 반해서 하층 사람들에게 그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마치 약한 사람들에게 완력을 쓰는 것처럼 천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증오와 사랑을 공공연히 표명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때문에 자신의 솔직함을 희생하는 비겁한 짓이기 때문이다.

그는 쉽게 찬탄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어떠한 것이나 위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남의 소문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남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찬양을 끌어내거나 다른 사람들이 격하되거나 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근거로 그는 적에 대해서라도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위압을 나타내기 위해서 굳이 하는 경우는 별도이지만.

그는 뒤끝이 없다.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본질에 합당하지 않다. 특히 불쾌한 일이 문제가 될 때 그는 그것을 간과해 버린다.

긍지에 찬 인간의 발걸음은 조용하며 음성은 깊이가 있으며 말하는 것도 침착하다. 왜냐하면 소수의 사항밖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성급하지 않으며 또 어떠한 것도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흥분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날카로운 고성과 빠른 발걸음은 바로 사소한 것들도 중시하는 그러한 신경질적인 긴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긍지에 찬 인간은 이상과 같은 사람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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